✔ 이번에 겪은 시행착오 / 팁
1. 멜버른에도 역시 렌트카 용 주차공간과 방문자용 주차공간이 나뉘어져 있다.
2. 멜버른 중심에서 빠져나가는 도로 중 매우 복잡한 곳이 있다. 동승자의 도움과 함께 출구를 놓치지 않도록 집중하자.
3. 네비게이션에 익숙한 우리이지만, 가끔은 안내를 무시하고 가는 것도 의외로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4. 무언가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오히려 좋은 작용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경우엔 날씨가 그랬다.
침대칸에서 일어난 우리는 날이 밝아옴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처음엔 많이 어두웠는데 멜버른에 가까워질수록 어둠이 걷혀져가는것이 느껴졌다.
Southern Cross 역에 도착한 우리는 맡겼던 짐을 받고 오늘의 일정을 위해 바로 렌터카 업체를 향해 출발했다.
이번에는 업체 사무실에서 열쇠를 받아서 근처 주차장에서 차를 직접 픽업해야 했는데, 차를 찾는데 생각보다 애를 먹었다.
(시드니에서는 차를 업체 앞으로 가져다줬다.)
주차장까지는 잘 찾아갔는데, 구역 이름 (예. A-60 같은..)만 보고 찾다가 못찾아서 주변의 시민분에게 물어봤는데,
그분도 현지인이라 렌트 이용을 안해서 그런지 렌트 차량 구역이 따로 있다는 걸 몰랐던 것 같다.
그래도 어찌저찌 잘 찾아 차를 가지고 목적지로 출발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그레이트 오션로드 (Great Ocean Road) 와 12사도 바위 (Twelve Apostles).
우리가 거쳐간 대략적인 루트는 아래와 같다.
만약 네비게이션에 12사도 바위만 입력을 하면 내륙의 길을 통해서 가는 경로를 안내해줄텐데,
우리는 "그래도 그레이트 오션 로드인데 바다는 보면서 가야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몇 번 안내를 무시하며
달렸더니 아래와 같은 경로를 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좋은 경치를 마음껏 즐겨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사전조사를 잘하고 네비게이션 설정을 잘 하는게 제일 정확한 방법일 수 있지만,
가끔은 일탈까진 아니더라도, 마음 가는대로 해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사실 멜버른을 벗어나며 고생한 지점이 있었는데, 우리처럼 Southern Cross 역이나 근처에서 출발한다면
아래와 같은 교차로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 (위치는 구글 지도를 눌러보시면 확인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여러 갈래로 향하는 길이 넓은 교차로에서 만나는데, 잰과 함께 네비게이션을 열심히 보며 따라갔는데도
두 번 정도 출구를 놓쳤다. (...)
당황하지 않고 열심히 재도전한 결과 멜버른을 탈출할 수 있었지만, 렌트하시는 분들은 미리 대략적인 루트를 숙지해
우리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
도로를 따라 조금 달리다보니, 넓게 뻗은 도로가 우리를 반겼다.
아침부터 시작된 여정인데다 고속도로 위에서 달리는 시간이 길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이 재밌었던 것 같다.
출발한 뒤로부터 약 1시간 지날 무렵부터 바다가 보일 낌새가 보였고, 1시간 반 쯤 지나자 본격적으로 바닷가와 맞닿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완벽히 맑은 날씨는 아니였지만,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풍경을 즐기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심지어 5월, 호주는 거의 겨울에 다다른 날씨인데 서핑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낭만...)
바닷가의 바람을 맞으며 달리기도 하고, 중간중간 차를 세워 멋있는 스팟이 나오면 사진도 찍으며 기분 좋게 달렸다.
바다가 끊임없이 보이기도 하고 저 멀리에도 이어져 있는 곶들이 보이는데, 호주의 스케일은 남다르다는 생각도 들고
이 바다 남쪽으로는 섬 몇개를 제외하면 남극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것도 너무 신기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신나게 달리며 약 3시간 30분 정도 지나자 도로가 육지 쪽으로 잠깐 꺾이는 구간이 나왔다.
안쪽으로 얼마 들어온 것 같지도 않은데, 갑자기 나타난 우거진 우림.
이곳은 또 피톤치드와 나무향이 가득한 공기로 다른 종류의 시원함을 주었다.
이런 다양한 환경이 가까이에 존재한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나무들의 거대한 크기에 놀라기도 하던 찰나,
우림은 또 끝이 나고 넓은 초원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런 변화무쌍함과 광활함 때문에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유명한 건가 같은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여정을 시작한 지 약 4시간 째.
야트막한 언덕길에 차들이 세워져 있는 곳이 있었고, 들어갈 수 있는 만한 공간이 보여서 우리도 차에서 내렸다.
역시 사람은 눈치가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차를 세운 데엔 이유가 있었다.
물론 그레이트 오션 로드 위의 해변 풍경은 모두 훌륭했지만, 전망대까지 만들어둔 곳은 또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전망대에서 보이는 바다나, 전망대로 가는 길, 전망대가 위치한 쪽의 도로까지 모두 뷰 맛집이었다.
내려서 잠깐 쉬면서 상쾌한 공기도 마시고, 사진들도 몇 장 건진 후에 다시 길에 올랐다.
중간에 있는 Laver's Hill의 Yatzies's Licensed Cafe에 잠깐 들러 주유도 하고 양 떼 가득한 초원도 지나며
약 1시간 정도를 더 달린 것 같다.
(주유비 및 Long Black 2잔 총 97.66 AUD, 한화 약 87,000원)
그렇게 맞이한 12사도 바위 (12 Apostles).
지금은 파도에 많이 깎여서 없어지거나 작아진 바위들이 있어서 12개가 전부 있지는 않다고는 하지만, 그게 중요하겠는가.
멀리까지 이어지는 절벽과 끊임없이 치는 파도, 여전히 높게 솟아있는 바위들이 보여준 경이로운 풍경에 기분이 묘해졌다.
꽤나 높은 위치에 있는데도 파도 소리는 크게 들렸고, 바닷 바람 역시 시원하게 불어왔다.
가기 전에는 그냥 바닷가에 파도치는 풍경이 뭐가 대단할까 싶었지만, 사진과 실제 눈으로 보는건 역시 다르긴 달랐다.
우리가 떠나기 직전에 구름 사이로 비쳐온 빛줄기에 오히려 신비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걸음을 돌리고 잠시간 더
풍경을 감상하다가 자리를 떴다.
경건함마저 느껴질 정도의 풍경을 보고 기분 좋게 나오는 길에, 작은 파란 새를 보게 되었다.
생김새와 종종걸음, 울음소리마저 너무 귀여워서 행운의 새를 본 것처럼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Superb Fairy-wren (최고 요정굴뚝새?) 라는 새라고 하며, 시드니, 멜버른 등 교외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새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 때 밖에 못 본 것 같다.
기분 좋은 마무리라는 생각을 하며, 관광 안내소 내부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에서 기념품들도 사고 간단한 점심거리를
사서 먹었다.
나는 양고기가 들어간 미트파이, 잰은 Rosemary 파이를 먹었는데 약간 느끼했지만 만족스럽게 먹었다.
(자석 1개 및 파이 2개 약 28 AUD, 한화 약 25,000원)
간단하게 식사까지 마친 우리는, 다시 멜버른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네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최단 시간 내륙 루트를 따라 들어갔다.
경로를 따라 어느 시내 중심부를 지나던 와중에 갑자기 잰이 놀라며 카메라로 무언가를 찍기 시작했다.
뭔가 하며 앞을 자세히 보니, 우리 앞으로 커다란 무지개가 생겨 있었다.
약간 흐렸던 날씨가 오히려 우리에게 다채로운 풍경을 선물해 준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멜버른에 도착했을 땐 저녁 6시 50분 정도가 되었다. (돌아오는 길도 거의 4시간 가까이 걸렸다.)
렌트카를 반납하고, 짐을 들고 얼른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짐을 갖다 둔 후에는,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멕시칸. 가까운 곳에서 구글 평점을 보고 선택했는데, 배가 고파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너무 만족스럽게 먹었다.
(메뉴 3개, 딸기슬러시, Carlton Draught 총 73 AUD, 한화 약 65,000원)
식사 후에는 숙소에서 푹 쉬었다.
이 날 하루에만 9시간 이상 운전을 했지만, 지루할 틈이 없는 여정이였다.
목적지도, 목적지까지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 모두 완벽했던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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